키 큰 벚나무가 활짝 핀 지난 봄이었다. 여느 때처럼 쉬던 날, 홍대 어느 카페 2층에 자리를 잡았다. 벚나무 옆에 핀 라일락 향이 짙게 밴 자리였다. 꽁꽁 얼어붙은 듯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벚꽃잎은 며칠 새 팝콘처럼 팝팝 튀어 올랐다. 하룻밤 사이의 일이었다. 햇볕보다 그늘을 좋아하지만, 올해는 테라스를 종종 이용하고 있다. 테라스는 유럽의 전유물처럼 여겼었는데, 막상 한국에서 앉아보니 그런대로 꽤 만족스러웠다. 벚나무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이따금 바람에 실려오는 싱그러운 라일락 향을 즐겼다. 향으로